단편소설 「브레이크」, 『소설의 발견 vol.11』(베리테)

ISSN : 2765-4842 / ISBN : 9772765484005 정가 : 8,400원발행일 : 2024.11.11. 출판사 : 베리테잡지명 : 소설의 발견 VOL.11페이지수 : 128쪽도서 사이즈 : 106*170 11호를 내며 004보름의 제주 011브레이크 063목적지는 파이썬 093 11호부터 󰡔소설의 발견󰡕이 새로운 옷을 입는다. 판형이 보다 작아지고 책날개가 생겼다. 종이 질감이나 평량도 달라졌다. ‘초소형 소설 전문 문예지’라는 컨셉에 걸맞게 무심한 듯 간결한 디자인이다. 그간 연3회간이라는 독특한 주기로 독자와 작가, 소설과 꾸준히 만났다. 2021년 4월부터니 3년이 넘는 기간이다. 매 호마다 새로운 소설을 발견할 뿐 다른 거창한 의미를 얹지 않았다. 그저 ‘좋은 소설’을 실음으로써 정당한 고료와 지면을 제공하는 것이 󰡔소설의 발견󰡕의 취지다. 베리테 편집부는 앞으로도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거듭 고심하며 청탁을 이어가고자 한다. 이번 11호의 대상 작가는 기명진, 김슬기, 조성백이다. 기명진은 2021년 진주가을문예에 이어 202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본지에 첫 번째로 실린 「보름의 제주」는 사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아 흩어진 세 가족의 이야기다. 그들은 전부 따로 살지만, 어쩌다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당초 여자친구랑 떠나려 했던 아들의 프로포즈 계획이 뒤틀렸기 때문이다. 한때 보름달처럼 차올랐을 연인의 마음은 더이상 환하지 않다. 오래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한 까닭도 무언가가 뒤틀려서다. 부부는 마음이 더욱 비워지기 전에 일찌감치 갈라섰다. 제주도에서도 그들은 수시로 부딪친다. 그리고 천천히 서로를 감내한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지만 원한 적 없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서사가 독자들에게 작은 울림을 줄 것이다. 김슬기는 202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다. 본지에 두 번째로 실린 「브레이크」는 살고자 안간힘을 쓸수록 수심에 잠기는 부부를 그린다. 둘은 낮과 밤을 교대하며 편의점을 운영하지만 좀처럼 재미를 보지 못한다. 계약을 파기하려 해도 위약금이 발생해 쉽지 않다. 엑셀을 잘못 밟은 것처럼 가계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결국 부부는 삶을 중단하기로 마음먹고 저수지로 차를 몰고 간다. 삶이라는 엑셀을 밟을수록 죽음의 브레이크를, 죽음이라는 엑셀을 밟을수록 삶의 브레이크를 알아차리게 되는 역설이 매력적인 소설이다. 조성백은 202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본지에 세 번째로 실린 「목적지는 파이썬」은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무의미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그 상관관계를 SF적 상상력으로 엮은 작품이다. 작중 ‘파이썬’은 태양계 9번째 행성의 지위를 얻을 것으로 예측되는 행성이다. 기준이 적합하지 않아 명왕성이 퇴출당한 것처럼 세상은 가닿지도 못한 별에 여러 의미를 덧댄다. 한편 조현병에 사로잡힌 ‘김’은 외계로부터 신호를 받는다 여긴다. 그는 머릿속에서 지령을 내리는 목소리에 의미를 느끼고 범죄 행각에 특별한 관념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 모든 의미는 무의미한 것이며, 동시에 모든 무의미는 의미로 거듭날 수 있다. 의미와 무의미라는 별들의 중간지대인 인터스텔라가 이 작은 이야기에 담겨 있다. 책 속으로 p. 13병섭은 반지를 샀다. 캐나다 출국일까지 딱 한 달이 남았을 때였다. 가기 전에 유나에게 청혼을 하고 싶었다. 무리해서 진짜 보석이 박힌 반지로 골랐다. 바닷가 콘도를 예약했다. 유나와 함께 가본 적 있는 곳이었다. 삼 년 전에 둘은 구관의 작은 패밀리룸에 묵었다. 이번엔 신관의 스위트룸. 삼박 사일을 예약했다. 바다 전망으로 삼만 원을 더 추가했다. 비수기라 항공편이 저렴했다. 전기차도 적당한 가격으로 수월하게 렌트할 수 있었다. p. 65~66난데없는 급브레이크였다. 순식간에 튕겨 나갈 듯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조수석에 앉아 깜빡 잠에 빠져들었던 이수가 발작적인 기침을 하며 눈을 떴다. 숨통을 조이는 안전띠를 급하게 끌렀다. 차는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시골길 위에 멈추어 서 있었다. 기현은 양손으로 잡은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꿈쩍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굽은 등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수는 창문을 내리고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내밀고 창밖을 살폈다.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곳을 제외하곤 어둠이었다.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 길. 이수는 창문 밖으로 고개를 빼내었다. 차 뒤쪽도 살피려 몸을 틀어가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기현이 무심코 이마로 클랙슨을 눌렀고, 갑작스러운 경적에 놀란 이수는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p. 9512월 21일 오전 6시. 탐사선 화이트이글(White Eagle)호가 태양계 행성 후보인 파이썬(Python)에 근접 비행하기로 예정된 시각이다. 다각도의 사진을 비롯한 각종 데이터 뭉치들이 75억 km 떨어진 지구에 몇 달에 걸쳐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하면 파이썬은 인간이 부여한, <태양계 9번째 행성>이라는 지위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파이썬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류의 서명이 새겨진 월계관은 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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